아라비카 커피의 발상지인 에티오피아에는 그 명성에 어울리는 아주 오래되고 신성한 커피 문화가 있습니다. 일명 ‘커피 세리머니(Coffee ceremony)’라고 불리는데요. 이 글에서는 에티오피아의 커피 세리머니라는 전통문화에 대해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에티오피아 커피 세리머니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전해지지 않았지만 에티오피아의 커피 세리머니는 아주 오래전부터 오늘 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전통 문화 중 하나입니다.
커피 세리머니는 집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거나 가정이나 마을에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 행해지며, 에티오피아 가정에서 방문자에 대한 존경과 우정의 의미를 담아 커피를 대접하는 전통의례입니다.
커피를 대접한다고 하니 차 한잔 내오는 정도로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커피 세리머니는 커피를 대접하는 하나의 의식이기 때문에, 손님을 앞에 앉혀두고 현장에서 직접 커피를 볶아서 갈아내고 추출하는 전 과정을 진행합니다.
그러면 에티오피아 커피 세리머니의 순서를 알아보겠습니다. 커피 세리머니는 아래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 커피 세리머니 준비
- 로스팅
- 그라인딩
- 추출
- 서빙
그럼 각 순서에 따라 어떻게 진행하는지 자세히 알아볼까요?
1. 커피 세리머니 준비
커피 세리머니는 여성이 진행합니다. 여성은 네탈라(Netela)라는 에티오피아의 전통 의상을 입고 커피 세리머니 전 과정을 주관합니다. 먼저 케트마(Ketma) 잎사귀를 바닥에 깔고, 손님이 방문하는 시간에 맞춰 악귀를 쫒기 위해 송진향 또는 유칼리투스 가루를 태워 연기를 피워 의식을 준비합니다.
2. 커피 로스팅
의식을 시작할 준비가 되면 여성은 아궁이를 만들어 커피를 볶을 때 사용할 불을 피웁니다. 이어 커피 로스팅을 위해 생두의 파치먼트를 분리시키고 깨끗한 물로 생두를 세척합니다. 커피 로스팅은 프라이팬 모양의 넓은 철판 또는 국자 모양의 용기에 담아 직화식으로 진행합니다.
3. 커피 그라인딩
로스팅이 완료되면 잘 볶인 커피의 향을 손님이 맡아 볼 수 있도록 작은 잔에 담아 건내고, 손님은 자신의 자리에서 해당 잔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로스팅 된 커피의 향을 맡아봅니다. 이어 여성은 커피 추출을 위해 로스팅 된 커피를 절구에 넣고 빻아 고운 가루 상태로 만듭니다.
4. 커피 추출
절구를 통해 잘게 부서진 커피는 이제 추출하기 쉬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여성은 ‘제베나’라고 부르는 에티오피아 전통 주전자에 물과 함께 커피 가루를 넣고 끓여 커피를 추출해냅니다. 진하게 추출된 커피는 ‘스니(Cini)’라고 부르는 손잡이 없는 커피잔에 담아 손님에게 제공됩니다.
5. 서빙 및 음용
커피 세레머니 의식의 가장 톡특한 점은 한 사람에게 총 3잔의 커피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같은 커피를 계속 우리면서 3번에 나눠 제공하기 때문에 첫 번째 잔은 아주 진한 커피를 마실 수 있고, 두 번째에서 세 번째로 갈수록 커피의 농도가 점점 옅어집니다.
커피를 3번에 나눠 마시는 것은 각 잔마다 부르는 이름과 의미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먼저 첫 번째 잔은 ‘아볼(Abol)’이라 명칭하고 즐거움(쾌락)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 잔은 ‘토나(Tona)’라고 부르며 묵상을 의미하고, 세 번째 잔은 ‘바레카(Bareka)’라고 부르며 축복을 뜻합니다.
마치며
아라비카 커피의 기원지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는 단순한 음료의 개념이 아니라 조금 더 신성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교가 기독교인 에티오피아에서는 커피를 만드는 과정과 커피를 나눠 마시는 과정에서 손님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고 함께 기도하기도 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커피 세리머니 도중 곳곳에서 ‘아멘’이라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에티오피아 커피 세리머니에 참여할 수 있다면 큰 영광이 아닐까 생각됩니다.